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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뜩 든 생각. 학교에서 집까지 걸으면 몇 보나 될까? 만보는 채울까? 내일 한 번 걸어볼까? 뜬금없는 호기심으로 시작된 미니여행! 사실 집에서 학교까지는 버스로 대략 1시간이 걸린다. 심심풀이로 걷기에는 조금 먼 길이다. 주로 생각 할 시간이 필요하거나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걷는데 이 코스는 이런 저런 호기심으로 5번 정도 걸어봤다. 걷는 도중에 여러 구경거리가 많아서 스트레스도 풀고 호기심도 해결할 겸해서 걷기로 했다. 마침 내일은 마지막 시험이기도 했고 평소 준비를 많이 해 두었던 터라 작은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먼저 준비물 챙기기. 만보계, 디카, 물, 전자사전, 점심, 백 팩, 손수건 등. + 선크림 도시락까지 준비하는 건 너무 오버하는 것 같아 시험을 끝낸 후 간단한 먹을거리를 구입하기로 했다.

두근두근 시험당일. 전공이 아닌 교양에다 오전 중으로 끝났기 때문에 일찍부터 도보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점심을 마련하기 위해 메뉴를 고민 고민 하다가 김밥전문점에 들렸다. 오늘의 점심메뉴는 매콤한 참치김밥. 맛있다고 소문이 났기에 들렸었는데 그 맛에 반해서 자주 이용하고 있다. 애매한 시험시간으로 아침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한 덩이 포장해서 가방 속으로 집어넣었다. 곧바로 만보계를 리셋한 후 라디오를 들으며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했다.

날씨가 좋아서였을까? 무사히 중간고사를 끝내서였을까? 라디오 사연이 재미있어서 일까? 유난히 오늘 발걸음은 참 가벼웠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절정에 다다른 태양에 미처 선크림을 바르지 못한 얼굴이 서서히 익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잘 타는 피부라 이리저리 건물의 그늘을 찾아다니기 바빴다.


집으로 걸어가는 코스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초반은 풍경을 구경하기 바쁘고 중반은 아무 것도 없는 길이라 지루함과 싸워야하고 후반은 얼른 집에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에 걷기 바쁘다. 때문에 지루한 코스를 힘차게 지나가기 위해선 mp3가 필수! 요즘은 하교 때 컬투쇼를 즐겨 듣고 있기 때문에 노래가 아닌 라디오를 선택하기로 했다. 두 시간뿐이지만 입가서 싱긋이 맴도는 미소는 하루치 스트레스를 날리기엔 충분하다!

이제 반쯤 걸었을까? 슬슬 인적이 드물어 졌다. 여기서 조금만 더 걷다 보면 작은 미니공원이 나타난다. 유일한 통학버스 노선을 따라 걸었던 맨 처음의 도보 여행에서 발견했던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작은 공원. 쉬어가기에 아늑하고 소소한 따뜻함이 있는 공간인 것 같다.



내 예상이 맞다면 이 공원은 목적지로 가는 길의 절반이 조금 안되는 곳이다. 풍경이 좋고 편히 쉴 수 있기 때문에 남은 거리를 걷는 에너지를 재충전 하기에 적절하다. 짜잔 바로 이 공원이다! 이제 막 가을로 접어들어 가는 계절이라 그런지 드문드문 떨어진 나뭇잎에 공원이 한층 더 예뻐보였다. 슬슬 배꼽시계도 울리겠다. 저녁에 과식하지 않으려면 간단하게 점심을 먹는것이 좋다는 생각에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잊지않고 확인한 만보계는 만보의 절반을 넘은 상태였다. 이대로라면 집까지 만보이상은 걷지 않을까?!


오전에 구입한 매콤한 참치김밥! 요즘 이 김밥 홀릭 상태다. 앞에 언급했던 것처럼 호기심에 사먹었던 김밥인데 일반 분식집에서 판매하는 것과는 다르게 참치 소는 촉촉하고 사진만큼 두툼한 계란구이 때문에 입안이 풍성해진다. 더욱이 밥 보다는 속 재료의 양이 많아서 김밥 끝부분을 먹는 것 같다. 김밥 꼬투리 라고들 하지?! 이 때 김밥 맛은 정말 꿀맛이었다.

반틈을 걸었는데도 다리가 아프기는커녕 더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꿀맛 같은 김밥에 재미있는 컬투 쇼, 눈이 즐거워지는 푸른 공원. 오늘은 날씨까지 좋아서 그런지 최고의 날인 것 같다. 그렇게 김밥 한 줄을 다 비우고 나서 소화도 시킬 겸 사진 몇 장을 찍은 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남은 길을 나섰다.

드디어 차 소음과 매연만이 전부인 길. 그리 길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슬슬 아파오는 발바닥과 허벅지 안쪽근육에 살짝 힘들었다. 라디오 덕분이었을까? 재미있는 사연들과 두 DJ의 유쾌함이 이 길을 벗어나는데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주었다. 정적이 흘렀던 거리에서 벗어나 드디어 번화가. 살짝 뻐근해진 다리를 이리저리 풀어주며 남은 길을 걸었다. 별을 좋아해서 이따금씩 하늘을 바라보는 버릇 때문에 우연히 고개를 들었는데 푸른 하늘 사이를 가로질러 뻗어 나온 가지가 참 인상적이었다. 버스 정류장 근처였음에도 사람들을 의식 할 새도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조금만 수정하면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써도 될 만큼 꽤 괜찮은 사진이었다. 예상외의 수확물에 흡족해 하며 다시 걸었다.


원래 목적지가 눈앞에 있으면 더 조바심이 난달까? 몸도 피곤했었는지 마지막길이 조금 멀게 느껴졌다. 마침내 드디어 집! 대략 3시간 20분 정도가 걸린것 같다. 그리고 걸은 수는 만보이상! 솔직히 만 오천보는 될 줄 알았는데 만보라도 되서 다행이었다.

오늘걸음은 여러박자가 잘 맞춰져서 재미있는 도보 여행이었던 것 같다. 예상외의 수확물도 있었고, 가장 중요한 건 약간의 뻐근함 외에는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는 것! 혹시모르니 따끈한 발 찜질 정도는 하해주어야겠지! 기회가 된다면 화창한 날 또 걷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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