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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유정 언니에게서 다급하게 연락이 왔다. 지인이 부친상을 당해 대구로 내려외야 한다며 SRT 7시 기차표를 구해달라고 했다. 예약표를 둘러보니 새벽 시간대만 남아 있었고, 전부 매진이었다. 혹여 새벽 기차마저 매진될까 봐 일단 표를 끊고, 7시 취소표가 나오기를 바라며 새로고침을 눌렀다. 그러던 중, 언니는 대구에 간 김에 시간이 된다면 잠깐 얼굴이라도 보자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이미 한 달 전부터 잡아 놓은 약속이 있어 만나기 어렵다고 말했고, 혹시나 취소표가 나올 수도 있으니 저녁까지 알아봐 주겠다고 전했다.
그런데 그 메시지 이후로 답이 없었다. 평소 피드백이 빠른 사람인데, 글을 읽고도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그 침묵에 한참을 고민하다가, 잠깐 차 한 잔이라도 하는 게 낫겠다 싶어 친구에게 양해를 구해 보기로 했다. 다행히 친구는 그 사정을 이해해 주었고, 언니가 가기 전에 간단히 차 한 잔 하자고 제안했다. 언니는 “알겠다”고 했다.
밤 10시가 넘어가도 취소표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그 상황을 언니에게 전하려던 도중, 언니는 올라가는 기차표를 한 시간 빠른 것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황당했다. 이건 사실상 약속을 취소한 셈이다. 그럴 거면 미리 얘기해줬어야 하지 않았을까? 못 보는 건 어쩔 수 없다지만, 약속을 일방적으로 바꾸는 건 매너가 아니다. 시간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이 할 행동인가 싶었다.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갈 수 없을 것 같아서 불편함을 표현했다. 그러자 언니는 “굳이 그렇게까지 시간을 빼지 말고 그냥 친구 만나지 그랬어”라고 했다. 내 상식선에선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이럴 거면 애초에 만나자고 하지 말았어야 했고, 약속을 잡았으면 지켜야 했고, 바뀌었다면 바로 말해줬어야 했다. 물론 살다 보면 일정이 바뀔 수는 있지만, 최소한 사과하고 미리 전달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이 뿐만 아니라 내 허락 없이 타인에게 생년월일을 넘기기도 하고, 내가 결정해야 할 일에 대해 동의 없이 자기 기준대로 밀어붙여 곤란하게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언니는 항상 “내 동생”이라고 부르며, 너를 위한 선택이었다는 둥 “남에게 만만하게 보이지 마”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정작 나를 가장 만만하게 여긴 건 언니 자신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쨌든 나는 기차표를 예매해줬고, 미안하단 말 한마디 없이 “기차표 끊어줘서 고맙다”며 6,000원 웃돈만 더 받았다. 그 순간 이상한 허탈함이 밀려왔다. 내 시간과 마음이 가볍게 여겨진 느낌이었다.
언니는 평소 자신이 받은 억울하고 서운한 일들을 눈시울 붉히며 이야기하곤 했지만, 그런 일들을 똑같이 나에게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 씁쓸했다. 이제는 선을 그어야겠다. 굳이 애써가며 마음 쓰고 만나야 할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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