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오랜만에 가벼운 미니 여행을 다녀왔다. 전날의 하늘은 먹구름으로 가득했고 다음날 을 확신할 수 없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산으로 향했다. 당일치기 여행에 있어 운이 좋은 편이라 그런지 쨍쨍한 봄빛으로 가득했다. 더욱, 평일의 나들이는 마치 (중고등 학생들이)단체 여행에서의 일탈과 유사한 스릴을 맛보게 해주었다.  

 

우리의 계획은 간단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올라가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신선놀음 즐긴 후에 근처 식당에서 푸짐한 저녁식사를 먹는 것. 사실, 남자 때문에 마음을 다친 친구의 기분을 전환시켜 주기 위했던 거라 이래저래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날씨와 푸른나무들이 우리의 여행을 응원하는것 같아 한씨름 놓였다. 그렇게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케이블카 주차장 앞까지 들어섰다.

 

얼마만의 케이블카인가?! 100원짜리가 500원 만하던 꼬꼬마 시절에 느꼈던 사진속의 기억을 제외하고는 처음 맛보는 낭만이 있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텅 빈 좌석이 많았지만 덕분에 편안하게 올라갈 수 있었다.

 

정상의 절경은 그 동안의 스트레스를 날려주기에 충분했다. 눈으로 감상하기 바빠 사진기에 담아오지 못했지만, 따스한 햇살과 그 열기를 식혀줄 적절한 바람 역시 신선놀음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리 큰 면적은 아니었지만 블루마운틴 이라는 커피숍이며 연인들을 위한 사랑터널도 있었다. 뭐니 뭐니 해도 새로운 남자 친구가 되어주실 림봉이 아저씨가 계셨으니까! 산 정상을 상징하는 조각상 같았는데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비록 손과 발이 돌이 되어 움직이실 수는 없지만 신림봉 정상의 인기인이라며 친해져 보라고 친구와의 멋진 포옹사진까지 찍어 주었다. 

 

 

멀쩡한 여자 둘이서 이곳저곳을 다니며 사진 찍고 사랑 터널의 메시지에 감동 받고, 개개인의 독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카카오톡 스토리에 좀 전에 찍은 사진들을 올리며 덧글로 주고받는 대화의 묘미란!!! 여지없이 스마트 시대임을 증명했다. 정상에서 노릇노릇한 부추전이라도 한판 먹으며 입까지 호화스럽고 싶었지만 저녁까지 먹을 용기가 나지 않아 주린 배를 움켜쥐며 한참의 담소를 나누었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을까? 배고픔이 극에 달했을 때쯤 내려가는 차를 골라 탔다. 안그래도 무서운데 이곳에서 남자가 떨어져 죽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고 친절히 말해 주는 친구 덕분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러던 그때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케이블카의 소녀가 손을 흔드는 것이 아닌가? 주저 없이 반갑게 인사를 해주었다. 처음 알았는데 케이블카에선 반대편의 차에 손을 흔들고 인사하는 것이 매너라고 한다. 이 후로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차에 사정없이 밝은 웃음을 쏘며 손을 흔들었다. 추억으로 남기겠다고 찍은 동영상은 흔들리고 깔깔거리며 웃는다고 정신없었다. 조금 늦게 알게 되어서 아쉬웠지만 왠지 다음번 케이블카 인사가 기대되는 날이었다. (인사해주시는 중년부부)

 

 그리 호화스러운 놀이장소는 아니지만 서울의 남산타워처럼 연인들의 위한 메시지공간이 구비되어 있고 적당한 요기를 할 수 있는 음식점도 있기에 경치을 데코레이션 삼아 분위기에 취하는 것도 좋을법한 장소에요. 특히 외로우신 여성 분들에겐 인기스타 림봉이 아저씨를 살콤히 추천드려요.